불일암의 추억
필자가 청운의뜻을 품고 D국에 유학한지가 벌써 40년 가까이 되는 싯점에서 35년전 어느 가을 날에 당시에 유명한 스님이신 법정스님이 주석하고 계신 불일암을 혼자 방문한 적이 기억에 새록새록 납니다. 당시 불일암은 초창기 시절이라 지금처럼 잘 정비되지 않았고 달랑 집한채 지어져 있는 작은 암자에 지나지 않았다. 유난히 큰 절 송광사에서 작은 암자 불일암을 찾아가는 길은 호젓하고 대나무 숲이 엄청 많은 사색의 길 이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가는 길이라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필자는 패기만만하고, 미국 뉴욕에서 LA까지 미국 남부 횡단코스를 주파하고, 일본을 거쳐 귀국 하던 중 도쿄에서 스님에게 선물할 도기를 사고 유럽에서 명차로 소문난 차를 사서 법정스님을 만나러 가는 기억이 35년 전이지만 더욱 더 또렷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법정스님이 주석하신 불일암에 도착하여 선물을 드리고, 차 한잔을 하면서 정치,경제 사회 등등 여러 분야에 대해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그 당시 제자를 들이지 않기로 소문난 법정스님이 처음으로 두명의 상좌를 받아 들여서 같이 차를 마시고, 담소 후에 큰 절인 송광사로 같이 내려와서 상좌 스님들과도 통성명을 하고 교류를 하기로 약속 하였습니다. 같은 년배로서 다른 길을 가지만 동년배의 끈끈한 정을 느끼면서 떠나왔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상좌 중의 한분은 2년 뒤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다시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으며, 맏상좌인 덕조스님과는 귀국 후에 길상사에서 가끔 만나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TV프로그램 중에 불일암의 근황을 볼 수 있었는데 불일암은 많이 정비가 되어 있고, 요즘도 많은 사람 들이 방문하여 법정 스님을 기리고 있다는 내용을 볼 때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요즈음의 세태에 더욱 더 세상의 큰 어른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성철스님,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큰 어른들이 타계하고 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더 생각나게 하는 큰 어른들입니다. 우리나라는 큰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시샘과 질투로 남이 잘되는 꼴을 못보는 사회라 더욱 더 그리운 큰 어른들입니다. TV프로그램 안에 법정 스님 생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광경을 볼 때 감회가 새로웠으며, 지금도 스승의 유언을 받들어 불일암을 지키고 있는 덕조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더욱 더 정진하셔서 성불하시기를 새해 소망해 본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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