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포럼 강연 - “바꿉시다. 이깁니다.”>
1. 들어가는 말
이런 자리에 와서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서 마포포럼에서 강연하신 분들이 하신 말씀을 좀 살펴봤는데, 다들 저보다 훨씬 경험도 많고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이렇게 대선배들 앞에 서서 그런 분들과 비교되는 건 아닌지, 미숙한 얘기 하다가 혼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작년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앞에서 강연을 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를 나누자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시험이라도 보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떠올라서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우선 첫째는, 그게 제 역할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계신 선배님들만큼 경험이 많거나 경륜이 있지는 않지만 반대로 그만큼 나름 참신한 관점을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미숙한 부분이 있어서 지적을 받더라도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고쳐나간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번 선거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계신 분들과는 소속 정당도 달랐고 정치적 입장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소위 보수 정당에 계신 분들이나 저처럼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하는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나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국민들,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선의는 조금도 다를 게 없다고 항상 믿어왔습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때때로 다른 의견을 가질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차이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자기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고쳐나가면 따로따로 궁리한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저와 함께 상임위를 하신 의원들은 제가 야당의원 시절이든, 여당의원 시절이든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상대 당에서 더 나은 의견을 말씀하셨을 때는 받아들였던 것을 기억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법사위 여당 간사를 할 때도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자료 제출 요구나 혹은 열람을 원하는 야당 의원님들의 요구를 군말 없이 수용하곤 했습니다. 소속 정당의 유불리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에서 진영논리, 편 가르기는 갈수록 악화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런 현상에 대해서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정당이나 민주당이나 상대방을 비판할 거리가 있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다만 2017년 탄핵 이후에 그런 경향이 더욱 악화된 것은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책임을 묻고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서로 힘을 합쳐서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는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 과거를 바라보고 진영논리에 집착하다가 정치인들은 물론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 욕설을 퍼붓는 사회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조국 사태 때는 평소 가깝던 사람들이 서로 적대감을 갖고 심지어 단톡방을 깨고 나가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부터 후회와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한 것은 그런 현상을 부추겨서 정치적 과실을 취해온 세력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 상식에 맞는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이번에는 민주당이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당이 잘못했으니 그 반사이익을 야당이 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편을 나누는 일을 더 이상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당연히 단일화를 해서 독주하는 여당을 견제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도 많고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집권세력의 독주와 오만에 대한 견제입니다. 아홉 개가 다르더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하나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뜻으로 마포포럼에서도 저를 초청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안철수 후보에게 제안해서 안 후보가 동의하신 제3지대 경선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실 텐데 먼저 그 얘기와 제가 생각하는 서울시장 선거 상황을 말씀드리고, 저 나름대로 이번 선거에 임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앞으로 야권이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숙하거나 실수가 있더라도 저 나름대로는 진심을 가지고 말씀드린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제3지대 경선의 의미와 서울시장 선거 전망
저는 지난 1월31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1대1 단일화, 즉 제3지대 경선을 제안했습니다. 제목에 “제3지대”라는 용어를 넣는 문제를 가지고 캠프에서 약간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3자 대결도 염두에 두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야권 후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저도 다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선거가 어떻게 되든지 저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문제를 푸는데 약간의 공헌을 한 점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자체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경선을 오픈해서 야권 후보들이 함께 원샷 경선을 하게 해달라는 안철수 후보의 입장이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방식으로 하면 모든 후보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야권 전체로 보더라도 붐업을 해서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돌파구를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여론조사를 통해서 가장 높은 수치를 얻은 사람이 후보가 되는 방식으로는 강력한 여당을 꺾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전통적인 보수층 유권자는 보수층 유권자대로 모으고, 중도층 및 민주당에 실망한 잠재적 진보층 유권자들까지 확장해야만 이번에 야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자체 경선을 하는 동안 저와 안철수 후보가 경선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출마선언 날 그런 제안을 드렸고, 다행히 안철수 후보도 제 제안을 받아들이고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도 환영해주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입니다. 집권당이 다양한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원래도 어렵지만,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선거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변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번 보궐선거는 서울이나 부산이나 민주당의 큰 잘못으로 치러지는 것입니다. 자그마치 세 곳의 광역단체장이 권력형 성범죄에 연루되었고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바꿔가면서 후보를 내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코로나에 지친 민심, 일년 내내 계속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전세대란 등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서울, 부산시장 선거는 정권심판 선거가 되리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좋은 후보를 내세우면 야권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야권의 후보가 난립하고 여당이 추미애 장관을 퇴진시키는 등 태세전환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충실한지 안 한지, 기존의 입장과 모순되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대통령의 연초 기자회견 이후 확연히 상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이 선거에 대응하는 전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우선 첫째는 선거를 집권여당 대 야권이 대결하는 정권심판 선거가 아니라 박영선 대 안철수, 박영선 대 나경원 등 개인전으로 프레이밍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를 보더라도 이미 그런 색채가 짙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특히 야권 지지층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이 느껴집니다. 오만한 정권에 대한 심판,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 같은 얘기는 듣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당내 경선 기간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박영선, 우상호 후보가 친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본선이 되면 그것도 달라질 것입니다. 나름대로 유연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야당 후보 개인과 장단점, 공약, 과거의 행적 같은 것을 비교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고집불통과 독선이 아니라 정치인 박영선, 우상호와 나경원, 오세훈 등 개인을 떠올리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두 번째 전략은 여당이 선거에 질 때의 대응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아니라 내년에 있을 대선입니다. 민주당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사유에 대한 책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질 경우, 민주당은 새로 선출된 야당 서울시장을 꼼짝 못하게 포위할 것입니다. 시의원 109명 중 민주당이 105명, 구청장 25명 중 24명을 차지한 상황에서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렇게 1년을 허송세월하게 한 다음, “봐라, 우리도 잘 한 건 없지만, 저쪽은 더 못하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려고 할 것입니다. 편 가르기와 상대편이 더 못한다고 공격하는 것은 민주당의 장기입니다. 더구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탄핵 이후 아직 야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국민의힘에 매력을 느낀다고는 도저히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민주당 지지층들은 대선을 앞두고 결집할 것이고, 서울시장 선거에 승리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야권에 실망한 중도층도 여당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싫은데 보수정당은 더 싫다”는 프레임이 부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야권은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해야만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나아가 대선에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나름의 장점이 있었던 정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다른 견해를 용납하지 못하고 극도로 경직된 세력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정말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돌려놓기 위해서도 반드시 민주당의 재집권은 막아야 합니다. 저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째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단일화가 되어야 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 저와 안 후보도 참여해서 경선을 하자고 했을 때 저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공당의 대표나 무소속 후보가 다른 당의 경선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제1야당에 금태섭, 안철수라는 정치인 개인 두 명이 더해진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야권에 큰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은 그런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뽑고, 저와 안철수 후보는 제3지대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을 한 다음 다시 양측에서 뽑힌 후보가 최종적으로 단일화를 하면 두 세력이 합하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 기존의 야권 외연이 확장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경선 과정이 단순히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각자 시정에 대한 비전은 물론 한국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강연을 마치고 나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위해서 국회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경선룰이나 방식 등을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미래의 비전을 놓고 폭 넓고 깊이 있는 토론을 갖자는 제안을 드릴 생각입니다. 적어도 설 전에 토론을 시작하자, 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방안이면 무엇이든 수용할 테니 무슨 실무협상 같은 것에 시간 끌면서 유, 불리를 따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지 말자, 그런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후보들도 건설적이고 진지한 토론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께서도 야권 후보들에게 그런 당부를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는 보수정당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을 비난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모습에 갇히거나 방어적으로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억울하다. 민주당이 더 문제다.”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면 큰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극단적인 세력에 연연해서도 안 됩니다. 저는 국민의힘이 해체해야 한다거나 없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설정하고 야권 전체가 힘을 합쳐서 우리 정치의 판을 바꾸겠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통합의 정치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당은 소위 친문세력에 완전히 장악당한 상태입니다. 내부적으로 자정능력, 쇄신능력을 상실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잘못이 있다는 것이 확정되어도 인정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정치인 혹은 고위 공직자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지지층 눈치를 보면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음모론에 매달립니다. 검찰은 물론이고 고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판사들을 윽박지르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맞서서 보수정당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싸움은 저쪽이 더 잘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게임이 아닌 상대방의 게임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있었다고 해서 가장 신중해야 할 판사에 대한 탄핵을 숫자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행태는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래? 그러면 우리는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라고 반격에 나서면 이길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양쪽 다 큰 차이 없는 똑같은 세력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서로 진흙탕에 빠지는 싸움을 벌이면서, “우리도 잘한 건 없지만 저쪽은 너 나빠.”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지금 집권세력의 특기입니다. 야당은 계속 그런 싸움에 끌려들어가서 패배를 거듭해 왔습니다.
야권은 그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정치를 복원하고 상식에 맞는 정치를 되살려야 합니다. 실수가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상대방의 주장이라도 옳을 때는 선선히 인정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지지하거나 야권을 비판하는 시민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진짜 지금의 집권세력과 차별화를 하는 길이며 승리하는 길입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이 잘 아시겠지만, 확장하면 이기고 축소하면 집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 모두 확장이었지, ‘보수여 단결하라’ 이런 구호로 이긴 것이 아닙니다.
새판을 결집시키는 이념적 구심점은 자유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NS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적대감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지만, 저는 다수의 시민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진짜 변화를 바라는 염원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염원을 에너지로 끌어내려면, 민주당 586들의 전제적 민족주의도 아니고, 구시대의 반공주의적 자유주의도 아닌 진정한 개인의 자유와 평등, 연대, 법치,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는 자유주의를 내세워야 합니다. 저는 야권이 과거를 딛고 내일을 바라보면서 그런 변화의 목표를 제시할 때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얘기는 저한테 유리한 얘기 같아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제가 출마한 이유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출마를 선언한 야권 후보들 중에는 저와 친한 분도 있고 인연이 있는 분도 있습니다. 대부분 저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합니다.
일단 기존에 대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던 분들이 박영선 혹은 우상호 후보와 본선에 서게 되면 차별화가 쉽지 않습니다. 모두 각각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고, 과거에 성취도 있지만 비판받을 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거가 개인전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한다는 프레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민주당은 있는 힘을 다해서 야권 서울시장이 아무 것도 못하도록 막을 것입니다. 그러지 못하도록 하려면 선거 승리를 통해서 민주당에 균열을 내야 합니다. 민주당 내부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 즉 이렇게 독주하고 경직되어서는 큰일 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일깨우고, 지금처럼 편 가르기를 하다가는 한 번에 다 몰락하겠다는 경고등을 켜줘야 합니다. 저는 민주당에 있으면서 원칙과 소신을 지키다가 탈당한 제가 당선된다면 바로 그런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합쳐서 힘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열기 위해서도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합니다. 특정인을 거론해서 좀 그렇습니다만, 윤석열, 김동연을 생각해 봅시다. 그 두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 김동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중요합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는 정치를 희구하는 사람들을 모아내려면 오래된 정치인으로서는 힘듭니다. 경험도 많지만, 이미 공과가 있어서 민주당이 낫다, 국민의 힘이 낫다, 하는 힘겨루기 대결구도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야권에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뭔가를 내놓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하려면 그런 신호를 줘야 합니다. 선거는 정치세력들이 실력을 겨루는 승부의 장이고, 시민들의 정치적 감각을 가장 극적으로 깨우는 계기입니다. 야권이 판을 바꾸고 승리하려면 집권세력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써야 합니다. 그게 새로운 인물이고, 제가 상징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중권 교수 말씀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진 교수를 비롯한 조국 흑서팀은 민주당의 독주에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가했습니다. 야당 역할을 대신했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합류까지는 아니라도 선뜻 표를 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합니다. 그런 정도까지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커녕 서울시장 선거도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겠습니까.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선택할 후보가 누구일까요? 인지도나 과거의 영광을 내세우면서 인물구도 선거 프레임에 빠져드는 후보들일까요. 아니면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을 때 당론에 맞서면서 소신을 지키고 옳은 말을 했던 후보일까요. 저는 제가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진짜 카드라고 확신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통합과 선거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저를 선택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제3지대 경선도 그런 자신감과 책임감, 그리고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제안한 것입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3. 나가는 말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보수정당에 계신 분들이나 진보정당에 계신 분들이나 모두 우리 사회를 위하는 선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우, 보수-진보 모두 잘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그런 구별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상식에 맞는 정치, 합리적인 정치, 약속을 지키는 정치, 책임지는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선과 오만에 빠진 세력에 회초리를 들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뛰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불러주신 것은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듣고 부족한 점은 따끔하게 지적해주겠다는 마음에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수를 저지르거나 판단을 잘못할 때는 주저마시고 말씀해주십시오. 고쳐가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시장 선거와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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